NS 활용해 진화한 시위문화.. 전문적 지식도 누구나 알 수 있게 공유

촛불시위는 누가 뭐래도 ‘스마트 시위’다. 100만명이 같은 시간 한곳에 모여도 혼란이 없다. 과거에는 없던 일이다. 집회에 참석한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집을 나서기 전 날씨를 살핀다. 날씨 애플리케이션이나 기상전문 사이트가 아니다. 대화방이나 SNS에는 기상청이 제공하는 날씨정보에 없는 자세한 내용이 쏟아진다. 최저기온 몇 도, 풍속 시속 몇 ㎞라는 수치화된 정보가 아니라 어떤 옷을 입고 나오라는 조언이다. 광화문과 종로를 지나는 버스는 어디로 우회하는지, 어느 지하철역에서 내려야 집회 현장에 쉽게 접근하는지도 서너 번 터치로 해결된다. 100만 인파 속에서 친구를 척척 만난다. 실시간으로 문자를 주고받으니 못 만나는 게 이상하다.

커뮤니티매핑이라는 생소한 개념도 촛불시위로 자리를 잡았다. 사전에는 ‘구글맵 등 기존 지도를 활용해 시민이 직접 필요한 정보를 표시하는 참여형 지도’라고 적혀 있다. 어렵다. 하지만 시위 참가자는 커뮤니티매핑센터가 공개한 ‘열린광화문 맵’을 보면서 문이 열린 화장실, 생수를 살 수 있는 편의점, 피켓을 나눠주는 장소를 찾았다. 자연스럽게 커뮤니티매핑 개념을 익혔다.

이 정도에서 멈춘다면 스마트 시위라고 부를 이유가 없다. 어차피 우리 생활이 그렇게 바뀌었고, 시위문화도 그 안에 들어있었을 뿐이다.

하지만 2016년 광화문을 점령한 촛불시위는 역사책에 ‘스마트 시위’라고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시위 참가자 대부분이 과거 같았으면 좀처럼 알기 어려운 정보를 ‘똑똑한 기기’를 이용해 정확하고 빠르게 공유했기에 가능한 ‘똑똑한 시위’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하기까지 촛불시위는 여러 차례 고비를 맞았다. 무엇보다 시위대는 비폭력을 지킨다. 선두가 폴리스라인에 선 경찰을 압박하고 ‘차벽’을 밧줄로 묶어 당기다 물대포에 맞는 게 늘 TV에서 봤던 시위의 모습이다. 하지만 이번엔 사소한 폭력이 시위의 정당성을 부정하는 빌미가 된다고 서로 알렸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끊임없이 친구에게, 선후배에게 전했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 버스에 올라선 사람에게 ‘비폭력’을 외치며 비난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게다가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현장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이 유튜브와 페이스북 동영상으로 전달됐다. 공영방송을 비롯한 지상파 방송에 불가능한 생중계가 다양한 형태로 이뤄졌다. 신문사와 통신사의 긴급기사가 트위터보다 느린 상황에서 국가가 현장정보를 독점할 수 없다. ‘광주는 폭도가 점령했다’는 1980년 언론조작은 아예 불가능했다.

상황을 분석하는 전문가의 이야기는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몇몇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과거 복덕방 아저씨들의 말싸움이 많이 줄었다. 대신 엉뚱한 소리 같지만 나름 논리에 근거한 이야기가 나온다. 전문적으로 정보를 취급하는 기관이 생산한 보고서를 취합할 수 있는 국회나 정부의 담당파트에서나 가능했던 높은 수준의 정세분석이 자유롭게 유통된다. 이데올로기적으로 편향됐거나 일방적으로 누군가를 추종·비난하는 글은 곧바로 비난이 쏟아진다. 평범한 사람도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정치상황을 정확히 볼 수 있는 시대가 찾아온 것이다.

결국 정치 9단이 짜낸 묘책은 하루 이틀이면 속셈이 간파됐다. 과거 공작정치 지존들이 머리를 맞대고 만들었을 전략은 전문가는 아니지만 ‘스마트’한 시위대 앞에서 허무하게 무너졌다.

흔히 집단지성이라 한다. 인터넷이 급속히 보급되기 시작한 2000년대 초반에 나온 말이다. 많은 사람이 매료됐지만 정확하지 않고 선동과 조작에 휘둘려 비난도 컸다. 그러나 이번에는 집단지성이 제대로 작동했다.

고승욱 온라인뉴스부 선임기자 swk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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