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지성으로 제작하는 커뮤니티 매핑


최근 들어 치명적인 유행성 전염병이나 대지진 등 국가적인 재난이 발생했을 때 집단 지성을 이용한 커뮤니티 매핑이 큰 위력을 발휘하고 있어 주목을 끈다. 커뮤니티 매핑(Community Mapping)이란 집단 구성원이 주체가 되어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만든 지도를 의미한다. 즉, 지도를 통해서 서로가 지닌 정보를 효과적으로 공유하는 작업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0년 아이티에서 발생한 대지진 때 만들어진 온라인 재난지도다. 당시 ‘우샤히디’를 기반으로 시작된 이 지도는 대지진이 발생한 지역의 구체적인 현지 상황 정보들을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하며 구조팀 및 구호 담당자들에게 큰 도움을 주었다.

우샤히디는 2007년 케냐의 대통령 부정선거 이후 언론이 통제되던 상황에서 생긴 웹사이트로서, 정치적 폭력사건이 발생하는 곳을 온라인 지도에 표시함으로써 케냐 정부의 부정을 감시하고 수많은 생명을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이후 우샤히디는 재난 상황을 알려주는 커뮤니티 매핑 플랫폼으로 발전했다.

지난 달 경주지진 때 지진 발생 정보와 피해 상황을 시민들이 직접 입력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지진 정보 공유 지도’. ⓒ 커뮤니티매핑센터

지난 달 경주지진 때 지진 발생 정보와 피해 상황을 시민들이 직접 입력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지진 정보 공유 지도’. ⓒ 커뮤니티매핑센터

미국 공영방송매체 NPR의 최신 기사에 의하면, 아이티 대지진 때 온라인 재난지도를 만든 이는 당시 터프츠대학의 국제관계학 박사 과정생이었던 패트릭 마이어다. 그가 이 지도를 만든 동기는 약혼자 때문이었다. 약혼자가 방문 중인 아이티에서 강진이 발생해 연락이 두절되자, 재난 지역에서 어떤 구호가 필요한지를 알 수 있도록 지도를 만들기 시작한 것.

어린 시절부터 지도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주변 사람들과 소셜미디어 등에서 정보를 모아 봉쇄된 길의 위치, 의약품을 보유한 약국의 위치, 사람들이 잔해에 깔려 있는 건물의 위치 등을 지도에 표시했다. 그러자 단 며칠 만에 지도 업데이트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는 이가 40여 개국 수천 명으로 늘어났다.

지진 상황 알려주는 지도, 구호 전문가들에게 도움

그 후 아이티 주민들이 현지 상황을 지도 제작자에게 알릴 수 있는 무료 문자 서비스가 설치됐으며, 패트릭 마이어는 아이티 출신의 이민자들과 함께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며 정보들을 지도에 업데이트했다.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는 한계 때문에 이 지도는 완벽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지도는 구호 전문가들에게 큰 힘이 되었다. 특히 유엔 구호업무 담당자들을 비롯해 해병대 및 연방재난관리청의 구조팀은 마이어의 지도를 실제로 활용하며 구호 및 구조 활동을 벌여나갔다.

이 같은 재난 상황의 커뮤니티 매핑은 우리나라에서도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해 온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당시 감염 경로 및 환자 발생 병원을 지도 위에 표기한 ‘메르스 맵’이 대표적 사례다.

시민들로부터 감염자가 거친 전국 병원 정보를 이메일로 제보 받아 제작된 이 지도는 정부가 메르스 병원을 공개함에 따라 단 7일 만에 문을 닫았지만 340여 건의 제보가 들어왔으며 방문자는 500만 명에 달했다.

일반인으로부터 제보를 받게 되면 괴담 수준의 루머가 확산될 수도 있다. 메르스 맵은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자체적인 안전장치도 두었다.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된 내용이거나 실제 증빙이 가능한 경우에만 업그레이드 했으며, 거짓이라는 신고가 5회 이상 들어오는 항목은 삭제한 것이다.

드론 활용한 3D 재난지도 개발 중

지난달 한반도를 강타한 경주 지진 때도 커뮤니티 매핑이 모습을 드러냈다. 지도상에 지진 발생 정보와 피해 상황을 시민들이 직접 입력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지진 정보 공유 지도’가 공개되었던 것. 당시 이 지도에는 ‘기와 떨어짐’ ‘좌우 진동’ ‘10초간 흔들림’ 등 40여 건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이 정확한 위치와 함께 표시되었다.

경주 지진의 커뮤니티 매핑을 주도한 이는 미국 메해리의과대학 부교수인 임완수 박사다. 빅데이터와 집단지성 정보에 관한 연구를 하며 메해리의과대학의 커뮤니티매핑 인스티튜트 소장직도 맡고 있는 그는 지난 2012년 미국에 허리케인 샌디가 상륙해 뉴욕 및 뉴저지 일대에 기름 대란이 벌어졌을 때도 지역 주유소 정보를 커뮤니티 매핑으로 제공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커뮤니티 매핑은 스마트폰 등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가 장착된 모바일 기기가 보편화되고 개방형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통해 지도업체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되면서 더욱 활성화되고 있다. 그런데 앞으로는 커뮤니티 매핑에 드론 같은 첨단기술도 이용될 예정이다.

아이티 대지진 때 온라인 재난지도를 만든 패트릭 마이어는 최근 로봇과 드론을 활용한 3D 재난 지도도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가 로봇과 드론을 활용하는 이유는 구름 낀 날씨에는 깨끗한 위성사진을 얻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이어의 온라인 재난 지도는 네팔 지진 때도 큰 활약을 했는데, 당시 구름이 많이 낀 지역에서 드론의 활약으로 깨끗한 사진을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또한 그는 재난 상황 대처를 위해 개발한 이 기술이 앞으로는 농업이나 야생 동식물 보호, 빙하 관찰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출처 : http://www.sciencetimes.co.kr/?p=156502&cat=135&post_type=news&paged=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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